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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가을 우음도(1)

2015.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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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인의 眞景山水]
비 와도 좋다, 바람 불면 더 좋다… 지평선 끝을 마주한 순간 울컥

한때 죽음의 호수였다는 사실을 기억하기로 하자. 우음도(牛音島)가 있는 경기도 안산 시화호 이야기다. 앞뒤 재지 않은 섣부른 간척지 공사로 물은 썩고 물고기가 떼로 죽던 땅이었다. 뼈를 깎는 반성과 실천으로 지금 시화호는 생명의 호수로 변했다. 고라니가 삵을 피해 달아나고, 매가 들짐승을 찾아 허공을 나는 땅이 되었다. 숫자만으로는 감이 잘 오지 않겠지만, 시화지구 가운데 호수는 1329만 평이고 간척지는 3254만 평이다. 우음도는 그 간척지 한쪽 끝에 있다.

시화 간척지 풍경과 비슷한 곳을 국내에서 찾기는 불가능하다. 본디 대한민국 자연은 골이 깊고 땅은 좁아야 한다. 그런데 그 넓은 벌판에 인공구조물은 찾기 어렵고, 벌판 가득한 키 큰 풀 삘기 사이로 드문드문 나무들이 보인다. 지평선 보기 드문 좁은 땅에서 지평선과 비슷한 풍경을 찾는다면 바로 여기다. 아무 생각 없이 밀어붙인 인간의 초대형 실수가 만든 지평선이다.

일부러 만들기도 힘든 그 단순미에 홀려 사시사철 사람들이 몰려와 사진을 찍는다. 풍경사진, 웨딩사진, 가족사진, 생태사진 등등. 여름에는 생명으로 충만하고 가을에는 고독하고 겨울에는 낭만적이고 봄에는 소생하는 그 풍경에 사람들은 홀린 듯 찾아와 넋을 잃고 간다.

시화지구 한가운데에 평택시흥간고속도로가 지나간다. 우음도는 도로 북서쪽에 있다. 옛날에는 사람이 사는 섬이었지만 지금은 야산이 됐다. 송산그린시티 신도시 개발이 예정돼 있으니 앞쪽 벌판도 언젠가는 인공구조물로 채워질 운명이다. 일단 우음도 꼭대기에 있는 전망대로 올라가 본다. 날이 맑으면 서해가 시원하게 보인다. 전망대 아래 축대에는 영민하고 세심한 누군가가 담벼락 가득 꽃들을 심어놓았다. 최소한 다음 주말까지는 꽃들이 흐드러지게 필 전망이니, 그 꽃들 올해 놓치면 또 1년을 기다려야 한다.



관리자에 의해 2015-06-07 오후 4:09:11 에 이동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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